사랑하는 나의 맥북아.
너는 나의 사과농장에서 자란 첫 열매이며, 가장 달콤한 과실이었다.
2019년에 널 처음 데려오기 전, 너는 어느 음악가의 작업실에서 살고 있었다.
태어난지 한 달도 안 된 아이었지만, 넌 너무 사랑스러웠다.
청담동에서 그 음악가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 난 무척이나 설레었다.
그렇게 쓰지 않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음악가를 기다렸다.
이후 금전적인 거래가 성사되었고 널 데려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너를 감싸고 있던 순백의 하얀 상자가 너무나도 티없이 맑았기 때문에,
혹여 때가 묻을까 조심스레 너를 나의 집으로 데려왔다.
이후로 너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하루에도 널 몇시간씩 바라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너의 키감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으나,
나만큼은 너의 키감은 물론이고 타건음까지 사랑했었다.
처음에는 너를 아끼려는 마음으로 무거운 프로그램을 깔지 않고 오직 너의 모습 그대로만을 보았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삶이 있다.
윈도우 OS도 필요한 나의 입장에서는 가상머신을 너의 몸에 이식할 수밖에 없었다.
너의 팬은 쉬지 않고 돌아갔고 너는 점점 용광로처럼 뜨거워졌다.
미안하다.
하지만 너는 나를 위해서 뜨겁게 일해주었기 때문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난 이제 입대를 한다.
2년 뒤에도 너를 쓰리라고 장담은 하지 않겠다.
그 때 즈음에는 M2, 아니 M3 칩까지 사과농장에서 생산할 수 있겠지.
너를 이후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라.
너는 나의 20대 초반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중 하나였음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랑했다, 나의 맥북이여.
- 2021년 어느 봄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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